1. 존 버닝햄 작가의 어린 시절
존 버닝햄은 1934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른들의 틀에 박힌 교육 방식에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시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그의 가족은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생활하며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학교에 나가지 않고 들판과 숲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고, 책과 이야기 속에서 그는 세상을 배웠습니다. 이 경험은 존 버닝햄이 창작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에 작은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는 엄격한 교사와 규칙이 가득한 학교에 들어갔을 때 억눌리는 답답함을 느껴 수업시간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딱딱한 교과서보다 이야기 속의 환상적인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알게 된 부모는 전통학교 대신 실험적인 교육방식으로 유명한 서머힐 학교에 보냈습니다. 서머힐은 아이들을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나설 수 있는 곳으로 존 버닝햄은 이곳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자유롭게 보낸 그는 미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지녔던 상상력과 자유를 잃지 않고 세상의 규칙에 맞추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그림책 속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존 버닝햄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였으며 그의 그림책은 단순한 선과 부드러운 색감 속에 깊은 감성과 유머를 담고 있어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2. 대표작
존 버닝햄의 작품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펼쳐 볼수록 깊은 이야기가 숨어져 있으며 정해진 틀도, 딱딱한 교훈도 없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지각대장 존>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주인공 존은 학교에 가는 길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호랑이를 만났다든가, 강이 불어나 길이 막혔다든가. 그런데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보면 속이 시원해지고, 어른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깁니다. 아이들의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그림책입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그림책은 존 버닝햄의 데뷔작이자, 카네기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모든 기러기들이 부드러운 깃털을 지닌 채 태어나지만, 보르카는 아무런 깃털이 없습니다. 차가운 시선과 외면 속에서 살아가던 보르카는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겉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래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가치에 있음을 알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그림책은 손녀와 할아버지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누는 대화를 이야기하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페이지 속의 색감이 변합니다. 처음에는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색이 옅어지고 사라집니다. 이 책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린아이들은 직접적으로 느끼고, 어른들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길 이야기입니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이 책은 주인공이 기차놀이를 하는 이야기로 기차가 출발하자 동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 기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합니다. 인간이 환경을 해치는 바람에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동물들은 기차를 타며 여행을 하고 함께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멸종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존 버닝햄은 늘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은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존재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겪는 억울함과 기쁨을 섬세하게 포착해 많은 아이들이 공감을 했으며, 그렇게 어린이들을 웃게 하고, 가슴 한 편 찡하게 하며,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3. 작품 철학
그는 아이들은 어리다고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단순히 해맑고 착한 존재가 아니라 그들은 억울함도 느끼고, 어른들의 부조리함을 눈치채며, 가끔은 화도 내고 반항하기도 합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대신 아이들에게 상상할 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 정말 옳기만 한지, 때로는 어른들이 틀릴 수도 있음을 그는 그림책으로 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보면 결말이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며 아이들은 결말을 직접 채워 넣을 수 있고, 어른들은 각자의 경험 속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는 아이들은 단순한 이야기만 이해할 거라는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오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일상의 틈에서 발견한 마법 같은 상상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한낮의 지루한 해변에서도 해적을 만날 수 있고, 평범한 나들이에서 커다란 모험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보다는 이 세상 속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는 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책을 읽고 나면, 그저 공원을 걷는 일조차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어른들을 위한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세상을 더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그림책. 그것이 그의 작품 철할 이며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책을 펼쳐보는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그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만 살 필요는 없어. 네가 보는 세상이 맞을 수도 있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