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책 작가 토베 얀손의 어린 시절
토베 얀손은 1914년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도시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조각가였고, 어머니는 삽화가였으며 토베얀손의 집안에는 예술이 깊숙이 스며 있었고, 언제나 연필과 물감, 그리고 종이로 가득했습니다. 어린 토베는 종종 어머니의 작업실에서 신문과 잡지에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의 손길을 가만히 지켜보곤 했습니다. 종이에 색이 번져가고 선이 춤추는 것을 보며 토베는 자연스럽게 그림에 친숙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이면 토베 가족은 함께 군도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그곳에는 전깃불도, 도로도 없었습니다. 오직 바다와 바람,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섬에서 토베는 자연을 배웠으며 해가 지고 바다가 붉게 물드는 것을 바라보았고, 밤이면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모래에 발을 묻고, 파도에 손을 담그며, 자연의 크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성장했습니다. 책의 세계에 빠져 상상을 펼치고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작은 공책 한 구석에 이상한 생김새의 하얀 생명체를 처음으로 그렸습니다. 통통하고 둥글고, 조금 수줍어 보이는 친근한 존재... 바로 무민의 시작이었습니다.
2. 토베 얀손의 대표작
토베 얀손의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무민이 떠오릅니다. 무민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입니다. 1945년 토베는 <무민 가족과 대홍수>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야기는 물로 시작되며 끝없이 내리는 비, 모든 것을 삼키는 홍수, 그리고 작은 무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무민과 그의 어머니는 길을 떠나고 집을 찾아, 자신들의 조금자리를 찾아, 사라져 가는 희망을 간신히 붙잡으며 살아갑니다. 토베는 전쟁이 끝난 뒤 이 이야기를 떠올렸으며 아마도 그녀 역시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948년 그녀는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무민 골짜기에 이상한 모자 하나가 굴러들어 오지만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자 속에 무엇이든 집어넣으면 새롭게 변해서 나옵니다. 달걀껍데기는 구름이 되고, 무민은 괴상한 생명체가 되어 버립니다. 토베는 마법은 위험하지만 신비롭고, 변화는 두렵지만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됩니다. <무민의 겨울>은 겨울잠을 자는 무민은 봄이 오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나고 맙니다. 골짜기는 얼어붙어있고 모두가 잠들어있는 고요하고 낯선 계절 속에서 무민은 무서움과 두려움을 배웁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끝에는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어 무민은 외롭지 않게 더 단단해지는 시간을 보냅니다. <무민 골짜기의 여름> 이 책은 무민 골짜기에 여름이 찾아 오지만 갑자기 거대한 홍수가 골짜기를 삼키고, 무민 가족은 집을 떠나 떠돌게 됩니다. 물 위를 떠돌던 그들은 우연히 낡은 극장을 발견하고 그곳에 머물며 새로운 공간에서 모험을 즐깁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모두는 다시 서로를 찾아 나섭니다. 결국 여름이 끝나갈 때 즈음, 그들은 다시 무민 골짜기에 모여 또 하나의 계절이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2. 토베 얀손의 작품철학
토베 얀손의 작품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합니다. 바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유를 존중하며,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낯선 존재가 찾아올 수도 있으며, 무민 골짜기에는 때로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무민 가족은 손님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지만, 떠나고 싶어 하는 이를 붙잡지 않으며 그들은 항상 타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무민의 세계에는 법칙이 없으며 행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슬픔이 찾아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래도 바라보게 합니다. 무민은 때로 겨울을 두려워하고, 스너프 키은 홀로 있는 시간을 원하며, 필리용크는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그 모든 감정은 옳으며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곧 살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토베는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기쁨과 슬픔, 안정과 변화 그것이 삶의 균형입니다. 우리의 삶처럼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무민 가족은 계속 살아가고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합니다. 그녀의 철학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단순한 진실을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책을 통해 그녀가 말하는 것을 조용히 떠올립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언제나 잊고 있던 삶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민 골짜기에서는 누구나 자기 자신일 수 있으며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삶을 바라보고 떠나는 것과 남는 것, 변화와 익숙함, 두려움과 용기. 그 모든 것이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감을 알게 됩니다. 무민은 그런 이야기입니다.